본문 바로가기

TRTL 101

<호모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 권복규, 원종우, 이명현, 이정모, 이창무, 이필렬, 정지훈, 홍성욱

 

1. 지난 시간 테드 창의 작품을 읽고 논의하였습니다. 수업 중에 나온 질문들 중에서 학생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던 "메타인류에 대한 선택"을 제외한 다른 질문들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의 의견을 써 주세요. 지난 시간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Q. 내가 만약 미래를 볼 수 있고, 그 미래가 불행할 경우 나는 미래를 바꿀 것인가?

 

A. 그 불행한 미래 자체를 바꾸기보다 불행한 앞날이 다가왔을 때를 대비할 것이다. 애초에 미래를 보았기 때문에 더욱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미래가 다가왔으면 좋겠다,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하고 바라는 일이었다면, 이것은 불확실한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몰라 노력하고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내다본 미래는 과거에 있었던 일과 같이 확정적인 사실이다. 예견도, 추측도 아니기에 앞으로 이 시기에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사건이다.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라는 말은 그렇게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는 말 모두를 품고 있으나 이미 내다본 앞날은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의미이다.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루이자 뱅크스는 현재 미혼에 출산의 경험도 없으나 자신의 딸아이가 커가고 죽음을 맞는 미래를 본다. 그녀가 미래를 바꾸지 않고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행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허송세월을 보내며 절망하기보다는 아직 보지 않은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미 본 불행스러운 미래의 경우에는 받아들이면서도 금방 회생할 수 있도록 거기에 대한 적당한 극복 방법을 생각해둘 것이다.

 

 

2. 이 책의 각 장은 하나같이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 1장의 제목인 "포스트아포칼립스"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불안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1장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인류 멸망에 대한 시나리오를 비롯하여 이어지는 2~8장에서 제기된 문제들, 가령, 로봇과 인공지능, 감시, 질병, 원자력, 유전공학 등 중 하나를(혹은 여러 개를) 골라 소개하면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그럴듯한 포스트아포칼립스 시나리오를 만들어 주세요.

 

 위생수준이 높아지고 의학발전 및 신약개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모두들 안심하고 있었을 때 바이러스에 경각심을 일으킨 건 메르스였다. 메르스는 20124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감염자가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5월 첫 감염자가 발생해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교통과 유통의 혁명으로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진 것도 있었으나 정부의 잘못된 초동대책으로 방역 시스템이 붕괴되었고, 초기에 메르스라는 전염병을 잡지 못해 사상자를 낳았다. 이는 한국 의료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으며 사람들이 의료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치사율도 낮았고 공기전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서도 늘어난 사상자를 낳은 시스템에 이어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자가복제 및 돌연변이가 생기기 때문에 치료제가 많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그럴듯한 포스트아포칼립스 주제는 바이러스이다. 메르스 사태가 지나고, 세계 각지는 정권이 여러 번 바뀌면서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그 당시에 가졌던 경각심을 잃었다. 질병 부분에서는 매년마다 유행하는 독감, 특정 연령만 신경이 쓰이는 수두나 홍역 등의 이야기만 나왔으며, 세계인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전염병이나 바이러스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가끔 어느 나라에 어떤 전염병이 돈다고 해도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까지는 도착하지 않아 항상 방지책을 세우고 국민들도 경계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툭 놓고 그 전염병은 소강상태에 이르는 상황만이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돌연변이 바이러스 하나가 세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증상도 감기나 심한 독감처럼 보여서 너도나도 걸린다고 해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교통은 더욱 활발해졌다. 새로 생긴 교통망 때문이었다. 독감환자가 늘었어도 환절기인 국가들은 매년 있는 일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던 바이러스가 점점 여러 증상을 달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하나 둘 전 세계적으로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알아본 결과, 바이러스를 발견한 사람들이 비상사태를 알렸다. 국가들은 차례차례 교통로를 막고 연구원은 백신개발에 착수했으며 뉴스에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신종 바이러스에 관한 토론을 했다. 내용은 주로 이 바이러스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진행되며 앞으로 어떤 대처를 취해야 할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언제나 다를 바 없는 위생수칙을 다른 때보다 지키려고 노력하며 전염병에 있다는 신제품 마스크를 끼고 다녔다. 공항과 항구를 막아봤으나 바이러스가 한발 빨랐으며, 동시에 치료제 개발은 쉽지 않자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격리되고 싶지 않아서 병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버티는 사람, 체계적인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아 허둥대는 국가, 아직 모든 국가가 교통로를 막은 것은 아니기에 그래도 이어지는 교류는 감염자를 줄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바이러스가 어렵게끔 백신이 반쯤 완성되었을 때, 또 한 번 돌연변이를 만들어 공기를 통해 퍼지게 되며 좀처럼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바이러스를 생각하며 벌벌 떨 수만은 없었다.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어야 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모였고, 바이러스는 공기를 타고 잘만 퍼졌다. 국가, 언론, 국민이 주목하고 연구원들 모두가 노력했으나 백신보다 빨랐던 바이러스의 변이와 일부 미흡한 대처는 결국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멸종을 야기했다.

 

 

3. 이 책에 대한 독후감과 함께 저자들이 서문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 "왜 과학기술의 시대에 인문학인가"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이에 대한 자신의 답을 써 주세요. 글은 어떤 형식이어도 좋습니다. 시나 소설, 에세이나 대담 등... 다만 자신의 글을 전개해 가는 과정에서 책의 내용을 인용하고 인용한 페이지를 반드시 표시해 주세요.

 

 취직에 더 유리하고, 때로는 이과가 문과보다 까다롭고 어려운 수학과 과학 분야를 공부하기 때문이라며 인문학을 이공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풍조가 늘었다.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뜻의 문송합니다.’라는 신조어이다. 그러는 와중에 <호모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에서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인문학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확히는 서로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문과에서 많은 친구들이 취직을 위해 이과 쪽으로 많이 빠지는 것을 봐왔고, 이과 친구들은 문과는 그냥 외우면 되는 쉬운 학문이면서 실생활에는 활용도가 떨어지지 않느냐고 무시하는 발언을 들은 적도 있었기에 이공계 계열의 사람들이 인문학의 필요성에 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항상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윤리적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간의 생활에서 떨어질 수 없는 인문학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문과 이과로 나누어져서 가르치기 때문에 별로 연관이 없을 것 같았던 두 학문의 연결고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었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점이 유익했던 부분이었다.

 

 

Q. 왜 과학기술의 시대에 인문학인가?

 

 쉬는 시간이어도 예전처럼 뛰어다니기보단 자리에서 떠들거나 매점, 혹은 숙면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5교시 쉬는 시간, 식곤증이 오기 딱 좋은 시간이었기에 많은 친구들이 담요 하나를 덮어쓰고 자는 쪽을 택했다. 유일하게 올라와있는 고개 둘. 민정이와 승아는 마저 대화를 끝마치기 위해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자습실 밖에 놓여있는 다리 높은 책상 앞에서 민정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요약하자면 한국 고등학생답게도 입시과정이 힘들다는 소리였다. 승아도 맞장구를 치며 자신의 고통을 읊었다. 민정이 다시 한 번 입을 열기 전까지. 일장 연설을 하듯 과장된 손동작으로 줄줄 자기 이야기를 읊어가는 민정에게 승아가 볼멘소리로 물었다.

 

언제까지 문과, 이과, 문돌이, 공돌이라고 부를 거야?”

다 그렇게 말하잖아? 문과면 문돌이, 이과면 공돌이.”

 

 민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승아 앞에서 문돌이, 공돌이 소리를 뱉은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승아 역시 문과의 자학적 개그를 즐겼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말꼬리를 잡다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왜 자꾸 문과를 무시하느냐 이 말이지.”

 

 잠시 미간 몇 번을 모았다가 펴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하던 승아가 정리한 문장이었다. 아까 자습시간에 키득거리며 장난치던 얼굴은 어디가고 제법 언짢다는 반응이었다. 그래, 문과 유승아는 문과, 이과. 문돌이, 공돌이 소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다만 이과 서민정이 문과는 이과에 비해 배울 내용이 쉽고, 이해는 필요 없고 외우면 다 해결될 과목이며, 취업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던 점이 거슬렸다. 그렇기 때문에 문과 유승아의 힘듦은 이과 서민정이 느끼는 힘듦보다 가볍다는 소리였다. 이게 말이 돼? 라는 마음의 소리를 꺼내오는 대신 짝다리를 짚었다. 승아가 생각하기엔 그 편이 훨씬 나았다.

 

무시했긴 내가 뭐, 언제 무시했어? 그냥 있는 사실을 말한 것뿐이지. 너네에 비해서 수학도 기하 벡터, 훨씬 어려운 걸 배우고, 문과는 미적도 안 배우잖아~ 화물 배워봤어? 화학이랑 물리. 화투, 물투, 아주 지옥이지. 유승아, 네가 아는 몰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공식만 외워서 다 안 돼. 이거 볼래? ?”

 

 촤르르 펼쳐지는 물리 문제집을 승아는 곤란한 웃음기, 어쨌든 웃음기를 띠고 예의상 보는척하고 말았다. 민정 역시 억울한 터, 이과생으로서의 한탄을 전시하기 바빠서 승아가 제대로 봤는지 안 봤는지 확인할 생각이 없었다.

 

문과 그건 그냥 외우면 다~ 해결되잖아. 외우는 건 네가 잘하는 거고. 이과보다 많이 어렵지도 않으면서 투정이야, 투정은.”

문과라고 다 암기해서 문제 풀 수 있는 건 아니야! 우리도 사회문화 도표문제 같은 경우는 이해가 필요해. 무작정 외워서는 안 된단 말이야. 그리고 또... 문과여도 생각보다 유익해. 그럴걸? 아마? 취업...은 잘 모르겠다.”

어디가 도움이 되는데? 이렇게 줄줄이 이공계로 돌아서는데. 원서 쓰는 애들 너도 봤잖아.”

 

 유승아가 서민정처럼 수학이 어떻게 물화생지가 어떻고 말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줄줄이 나열해봤자 사회선택과목을 배운 적 없는 민정이 알아들을 리도 없었기 때문이었지 못해서 예시 하나만 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가 도움이 되고 어떻게 유익한지, 그 말엔 답할 수 없었다. 이번엔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고 나올 수 있는 답이 아니었다. 승아가 말을 흐리는 통에 민정 쪽이 우세한 것처럼 들렸다. 좀 더 의기양양한 쪽도 그랬다. 그때 다음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다. 둘의 발걸음도 다른 학생들을 따라 자습실로 향했다. 승아는 다시 장난스레 웃으며 어깨 한 번 으쓱였다. 나도 모르겠다! 이과 취직 잘 된다니까 부럽다, 그런 식으로 말하다가 야, 이번 시간 끝나면 매점 갈래? 해서 결국 이 대화는 없는 일처럼 되어버렸다. 이과 서민정에게만.

 

 

 승아는 책상 앞에 앉아 몇 년치 모인 모의고사가 묶여진 문제집을 펼쳤다. 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의심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데카르트는지문을 읽다가 다시 책을 덮었다. 막상 따지고 보면 승아가 심란할 이유는 없었다. 한두 번 문송할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으며 문과생의 자학개그는 널리고 널렸지 않았는가? 문과는 이과에 비해 쉽다고, 인문학이 과학기술, 이공계에 비해 무시당하는 일도 없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대에는 인문학이 필요 없을까? 지금이라도 담임선생님과 다시 상담을 해서 이공계 쪽으로 전향해야 할까? 승아는 만약 인문학이 그럼에도 필요 있다면, 그 이유를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 이공계와 비교를 당할 텐데 그때도 종소리와 매점 이야기로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책꽂이 몇 번을 뒤져 지난달 모의고사 OMR 답지를 꺼냈다. 노랗고 빳빳한 종이가 새로운 시작으로 기분을 산뜻하게 만들었다. 그 위에다가 까만 잉크펜으로 시원하게 쭉쭉 한글 획을 내리그었다. 열 몇 살 먹은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인데 뭐 어떠랴.

 

「과학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여러 기술 분야들이 새롭게 나타났으며 아직까지 발전가능성은 많기에 그에 따른 학과들, 이공계가 꾸려졌다. 그래서 이공계는 뜨고 있고, 취직도 잘 된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인문학은???」

 

 큰 물음표 세 개가 그려진 아래에 마저 컴퓨터사인펜으로 휘갈겼다. 자기 머릿속 몇 가지 정의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사인펜 꼬리 끝을 턱에 갖다 대고 있다가, 그걸로 부족할 때 스마트폰 검색창을 열어 톡톡톡 자판을 쳤다.

 

「인문학이 이공계에 비해 주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인문학은 필요하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인간의 존재의미와 삶에 대한 가치관을 찾게 하고,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게 하는 학문 또한 인문학이다. 나아가 예술과 문학을 비롯해 보편적이고도 다양한 행복한 삶과 관련된 학문도 인문학에 포함된다. (page 14)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행복한 삶,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고찰하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은 아직까지도 필요하다, 이렇게 마침표를 찍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모두가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건 시대상황이 어떻든 간에 당연한 일이기에 임팩트가 부족했을까? 그렇다면 현대사회의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을 엮어보면 어떨까. 승아는 생활과 윤리 과목에서 배웠던 내용 하나를 끄집어냈다.

 

「자연과학은 자연의 법칙을 밝혀냄으로써 인간에게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학문이고, 공학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생명공학기술 역시 발전하여 동식물의 유전자조작을 넘어 인간의 유전자조작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다면, 치명적인 유전적 질환이 있을 때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치료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유전자 감별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감별해서 수준을 달리하는 교육,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유리한 취직의 기회 등 아무런 자각이 없으면 이러한 불공평한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인문학이다. 도덕과 윤리를 통해 무엇이 적합한지, 도를 넘지 않는지, 인간다움을 잃지 않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스스로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인류가 개발한 기술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생명공학은 미래에 우리 인간을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케 해줄 겁니다. 그럴 때 우리는 생명공학의 기술과 새로운 생명체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page 247)

“사람이 만든 기술들을 책임감 있게 다루지 않았을 때, 그것들은 역습을 할 것이다.” (page 251)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피조물 앞에서 도망을 쳤듯이 우리 역시 최소한의 책임마저 도외시한다면 기술과 피조물은 독이 되어 돌아올 게 확실합니다. 이는 과학자들이 과학 지식과 함께 도덕과 윤리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page 251)

 

 승아는 중학교 때도 이런 윤리적 문제에 관해서 교과서에 실렸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 과학기술은 밝은 측면과 어두운 측면 모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을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었다. 현실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뤄야 하는 게 진정한 인문학이기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리버럴 아츠’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을 기계에 융합시켜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인문학이며, 자연과학과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어떻게 인문학이 필요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 시대의 인문학은 이런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겁니다. 수학 문제를 푸는 데에 매달리지 말고 수학적 사고와 글쓰기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겁니다. (page 107)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모든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힘을 길러서 결과적으로 미래를 보는 시각을 키워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장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앞으로 여러 분야의 연결고리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서 사고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page 111)

 

 

 마지막 찍은 온점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그러니까 승아가 본인이 적은 까만 글자들을 읽어보기도 전이었다. 자습실의 앞문이 거리낌 없이 열렸다. 누군가가 교실 내부를 둘러보다가 인기척에 퍼뜩 고개를 들었던 승아와 딱 눈이 마주쳤다.

 

유승아?”

!”

 

 승아는 벌떡 일어나서 대충 OMR 카드를 문제집에 끼워 넣고 호출에 따라 교무실로 들어갔다. 맞다, 오늘 대학교 원서지원 상담 있었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얼굴도 잠시였다. 흰 선이 세 줄 그어진 까만색 슬리퍼로 다박다박 걸어와 상담용 의자로 빼놓은 곳에 조심스레 앉았다. 일주일 전, 상담을 했음에도 다시 담임선생님이 부른 것은 승아가 제대로 된 진로목표도 없었고, 전공마저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번 상담에서는 고등학생 유승아에게 적합한 전형을 추린 것이 전부였다. 첫 상담날이었음에도 흥미, 취직, 전공적합성을 두고 인문계열, 자연계열 사이에서 계속 갈팡질팡한 것이었다. 승아에게는 인문계열 공부가 흥미도 맞고 더 적합하지만, 취직을 하기에는 자연계열 쪽이 유리하다는 민정의 말도 신경 쓰인 것이 사실이었다. 과학기술에서 인문학은 과연 필요 없을까? 하지만 이제 승아는 어떤 답을 내놓을지 구체적이진 않아도 방향성을 잡았다.

 

승아야, 저번 상담 이후로 계속 생각해봤어?”

 

 승아의 담임선생님은 3학년 617번에 해당하는 상담용 종이를 찾고 있었다. 승아는 차분히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종이가 볼펜과 함께 책상 위에 놓였을 때여야 안경알 너머로 선생님과 시선을 마주했다. 고등학생 유승아는 망설이지 않았다.

 

 

4. 블로그 주소를 써 주세요.

 

https://gwhan925318.tistory.com/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