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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TL 101

<마지막 강의> - 랜디 포시

 

 

1. "행운이란 정말로 준비가 기회를 만나는 지점에 있는 것이다.본인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 봅시다.

 

 반년 전쯤, 입시를 준비하면서 혹시 모를 면접질문을 준비했다. 수능시험이 사이에 끼면서 공부도 놓을 수 없었기에 생각보다 시간은 부족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들이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딱 그 정도였다. 수능이 끝난 이후 자신을 걸어다니는 할인권으로 칭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학교 친구들을 볼 때마다 놀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입시라는 이유로 금기처럼 치부되었던 나가서 시내 돌아다니기, 타 도시 여행하기, 영화관에서 영화보기 등의 일은 수능이 끝났으므로 허용되었다. 면접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입시가 끝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가장 오래 준비하던 수능이 끝났으니 하루 정도는 괜찮았다. 그럼에도 남은 날까지 수능시험을 준비했던 것처럼 방에 틀어박혀서 면접을 준비했다. 그 전에도 조금씩 해왔던 것처럼 기본적인 예상문제와 여러 사이트를 뒤지며 출제경향, 면접후기를 보며 유력한 문제도 뽑아서 예상답변을 마련하고 계속 암기했다. 방을 면접장처럼 꾸며 면접할 때 시선 등의 태도를 점검하고 실제상황에서 긴장을 덜 하도록 만들었다. 돌발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하는 연습도 했다. 연습을 하면서 내가 준비했던 문제가 적어도 두세 문제는 나오길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면접날, 면접장에서 수능 이후 마지막까지 준비해갔던 답변으로 대답할 수 있었던 문제가 네 개나 되었다. 그 외의 질문들은 임기응변으로 대답했고, 만약 수능을 쳤다고 더 놀았으면 만나지 못할 행운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면접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결과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2. 잘못된 사과와 잘된 사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잘못된 사과와 잘된 사과의 차이는 사과했을 때 상대방이 모욕적으로 느끼는지, 진정성 있는 마음을 말로 제대로 전달했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과를 받아들이는지 그렇지 않는지는 차이점으로 넣을 수 없다. 아직 사과를 받는 상대가 심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상대가 모욕적으로 느낀다면 누구나 잘못된 사과로 생각할 것이다. 적반하장으로 무턱대고 너도 잘못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태도나 귀찮다며 빈정거리는 말투로 미안하다고 억지로 말하는 태도가 그 예이다. 이어서 말로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에 관한 개선책을 보여주면 앞으로 자신이 더 나아질 것이다, 당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사과는 상대방과 다시 완만한 사이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도 차이점을 꼽을 수 있다.

 

 

3.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결합되었을 때, 우리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된다."

 

 우리는 권리가 있으면 의무가 뒤따름을 알고 있다. 그 권리는 공동체에서 주어지기에 우리는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지게 된다. 다만 의무를 수행하기엔 힘드니 권리만 주장하고 싶을 뿐이다. 공동체주의, 공익을 위해 기여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도 의무를 수행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권리는 당연히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의무를 수행하기엔 귀찮기도 하고 자신의 시간, 노동력 등을 뺏긴다며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개인주의의 변질로 싹트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 일단 나부터 챙기자는 사고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겨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생겼고,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내가 직접 해보지 않은 일을 바라볼 때는 왜 저렇게 쉬운 일을 가지고 절절매는지, 일처리를 그것밖에 못하는지 불만을 품고 비난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상대방의 일을 자신이 도맡아서 하게 될 때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힘든 걸 알게 된다. 그 이후로는 불만을 표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책에서 나온 심판 역할도 그런 것이다. 만약 우리가 분리되고 계속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우리는 따로 떨어져서가 아니라 결합되고 뭉쳐있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된다.

 

 

4. "장벽이 거기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그것은 당신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서..."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살아가며 각기 다양한 높낮이의 장벽을 만나며 살아간다. 노력만 하면 누구나 넘어가는 방식이라면 좋겠지만, 그 장벽 너머로 넘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A라는 학교에 입학하고 싶을 때, B라는 기업에 취직하고 싶을 때 만나는 장벽이 그 예이다. 장벽을 넘어가는 과정은 분명 고되지만 일정한 인원만큼 장벽을 통과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처럼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분명했다. 십 몇 년 정도 살면서 만났던 장벽 중에 아무래도 가장 크고 높아보였던 것은 대학입시였다. 아직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생생했기에 이 문장을 보고 자연스럽게 최근에 넘으려고 아등바등했던 입시라는 장벽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당시 교실 내에 있던 학생들은 같은 장벽 앞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고민했다. 장벽을 회피하려는 사람,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두는 사람, 넘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하는 사람, 방법도 다양했다. 우리 모두 넘어본 적이 없고 까마득한 장벽이기 때문에 준비를 하긴 하더라도 등반할 때 마음가짐은 각기 달랐다. 준비를 하기는 해도 도중에 이래서 답이 없다 생각되면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안 될 것 같다고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저 문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벽이 우리의 인생을 가로막기 위해 나타난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의 간절함을 보여주는 무대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포기하려다가도 계속 준비하고 노력해서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5. "가끔씩 당신은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어봤을 때 돌아오는 거절, 나서서 묻느라 받는 주목이 걱정스럽거나 혹은 질문 받는 사람이 기분 나빠할 것 같다는 지레짐작, 이렇게 물으니 유별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기분 등이 우리의 질문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질문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눈치를 주고, 불만어린 표정을 짓는다면 다음부턴 질문이 입에서 쏙 들어간다. 그 상황이 어렸을 때 교실 내에서부터 반복되니 그냥 질문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물어보면 자신이 원하거나 유리한 답변을 얻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본인이 불편해도 그냥 잠깐 참고 말자며 가능성을 0퍼센트로 죽이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수업시간에 질문할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도 손 하나가 올라갈까 말까한 것이 한국 내의 상황이다. 우리는 묻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중을 몰라 상대가 자신을 나쁘게 보진 않았을까 걱정한다. 정확히 묻지 않기 때문에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놓친다. 그렇게 질문을 하지 않으니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모르게 되고, 이는 성장해서도 질문은 내가 하기엔 어려운 존재로 남게 되는 것이다.

 

 

6. 여러분들 각자의 "네덜란드 삼촌"은 누구인가? 그들에게 들었던, 삼촌이 없다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

 

나의 네덜란드 삼촌은 학원 선생님이다. 학원 선생님께서는 당신께서 가르치는 과목은 당연히 열정적이고 정성을 다해 가르치시면서 학생들의 생활과 태도까지 신경 쓰셨다. 이는 수업 중의 태도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생활이나 입시생활을 하면서 겪는 성적, 교우관계 등의 고민, 친구들과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포함되었다. 단순히 돈을 벌 목적이었다면 어떠한 유대감 없이 담당하신 그 과목을 잘 가르치는 방향으로만 나아갔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셨다. 그랬기 때문에 대학교에 오기 전까지 학원 선생님 밑에서 시험공부만 배운 것이 아니었다. 선생님께서는 입시라는 높은 벽 말고도 앞으로 인생을 살며 많고 더 높은 벽들을 마주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마냥 높겠지만 나중에 지나고 보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낮은 담으로 칭하셨다. 이어서 살아가면서 처음 마주한 벽을 회피할 생각부터하면 나중에 더 높은 벽을 만났을 때 회피하기만 할 것이라고, 그래서 발전 없이 거기서 멈춰있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한 번 넘어야 다음에 넘을 줄 알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라고 말씀하셨을 땐 어리둥절했다. 당시 나는 내가 입시를 막막하게 여긴 건 맞지만, 회피하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 그 말을 듣고 들여다보니 내 상태는 그랬던 것이다. 저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 없이 열심히 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말씀은 내 상태도 모르고 포기할 뻔 했던 내게 힘을 주었다.